사건은 식후에 벌어진다
김노랑, 김태민, 한켠, 박하루, 범유진, 유사본, 전효원 지음, 황금가지, 2021년 8월
이 이야기는 경기도 광주에서 일어났던 살인 사건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 보고서라 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 전에 자칭 한국의 유일한 강력 사건 전담 탐정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덜떨어진 대식가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 「탐정에게는 후식이 있어야 한다」 중에서
황금가지에서 진행하는 소규모 문학상인 '테이스트 문학상' 3, 4회 수상작 작품집. 전체적으로 디저트류(특히 커피)의 비중이 높은 것이 신기하다 싶었는데, 찾아보니 3회 주제가 '디저트'였고, 4회 주제가 '커피와 차'였더라.
내 취향에 조금 더 맞는 건 당선작보다는 우수작들이었다. 먼저 「탐정에게는 후식이 있어야 한다」. 디저트가 주류인 수록작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는 작품이라 꽤 튀는 작품이기도 했다. 뭘 먹어야 머리가 돌아가는 대식가 탐정과 뭐라도 성과를 올리고 싶어 그에게 끊임없이 식대를 지출하게 되는 주니어 기자 사이의 케미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우위를 가진다고 착각하면서 실은 끌려다니는 이 관계, 재밌다.
기억에 남았던 또 하나의 작품은 「어떤 커피부터 사원 복지라고 할 수 있는가」였다. 흡혈귀라는 장르적 색채가 강한 소재를, 비교적 피를 구하기 쉽다는 이유로 투석 전문 병원에 데려다놓으니 비현실적인 면보다는 현실적인 웃픔이 강조되어 설정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말았다. 결말까지 마음에 들었다.
브릿G에서 진행한 공모전에 소재도 소재인 만큼 전체적으로 요즘 느낌의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지나치게 가볍다는 느낌이 없이 어느 정도 정제된 글들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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