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뢰성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리드비, 2022년 9월
고전부 시리즈 등으로 알려진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간. 중세 일본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물이다.
적군에 둘러싸인 채 원군이 오기를 기다리며 농성하는 성에서 기묘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살려둬야 할 인질이 밀실에서 죽고, 베어 온 적군의 머리가 표정을 바꾸고. 범인도 수법도 묘연한데, 이것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불길한 소문이 퍼지고 사기가 떨어져 성이 무너질 수 있다, 그렇게 판단한 성주가 고민과 조사를 거듭하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야기다.
중세 일본 배경이라 따라갈 수 있을까? 하고 조금 걱정했는데 읽다 보니 중세 유럽 배경인 소설 읽을 때의 거리감이랑 비슷하고, 본질적으로 안락의자 탐정소설인지라 생각보다 큰 문제 없이 읽었다(성주가. 등장인물이 어떤 자리에 오르느냐, 어떤 가문에 있느냐에 따라 이름이 자꾸 바뀌는 것이 약간 힘든 정도였다. 무엇보다 사건이 재밌어서 생각보다 페이지터너였다.
일본에서 상을 엄청나게 휩쓸었다고 하기에 어느 정도인가 하고 기대하며 읽었는데, 상을 휩쓸 정도의 작품인가 하면 약간 물음표가 찍히는 작품이었다. 별로였다는 것은 아니고 물론 재밌었으나, 과거에 실존했던 인물을 배경으로 한 모양이니 우리가 대장금 같은 작품을 재밌게 보듯 그런 지점에서 일본 사람들에게 특별히 와닿는 뭔가가 있었겠거니 싶다.
여담으로, 이 작품이 작가의 커리어에서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작가의 전작 『개는 어디에』에서 고문서를 토대로 과거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는 부분이나, 『부러진 용골』에서의 판타지적 요소들이 이번 작품에 함께 녹아 있는 것처럼 느꼈다. 딱히 무엇을 먼저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 한 쪽을 읽고 재미있었다면 다른 쪽도 함께 읽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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