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마카롱 수수께끼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엘릭시르, 2021년 10월
새로 오픈한 디저트 카페, 고민 끝에 세 종류의 마카롱을 골라 주문한다. 하지만 도착한 접시 위에 놓인 마카롱은 네 개. 늘어난 것은 무엇인가? 왜 늘어난 것일까? 누가 한 것인가?
...이런 류의, 언뜻 보기에 일상의 아무렇지 않은 사건들을 주 소재로 삼는 '소시민' 시리즈의 최신간이다. 이 시리즈가 재밌는 지점은 시작은 이래 놓고 사건의 정도나 뒤에 숨겨진 배경의 심각함이 '소시민'이라고 부르기 쉽지 않은 수준으로 에스컬레이션된다는 부분이다. (물론 일반적인 미스터리처럼 사람이 죽거나 하는 데까지는 안 간다.) 주인공 버디 역시 (특히 추리력에서) 전혀 소시민적이지 않으나, 자꾸 의식적으로 소시민 행세를 하려 드는 것이 웃기고 귀엽다.
신간 소개에서도 언급했으나, 시간 순서대로 진행해 왔던 지금까지의 시리즈 책들과는 조금 달리 앞 권들 사이에 일어났던 여러 작은 사건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제일 인상적으로 읽었던 에피소드는 「베를린 튀김빵 수수께끼」였다. 같은 작가의 연작소설집 『덧없는 양들의 축연』처럼 '치명적인 한 줄'이 주는 소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 지점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맞닥뜨리는 순간 앞의 장면들이 머리 속에서 스쳐지나간다. 이런 감각은 한 작품에서 여러 번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 시리즈도, '고전부' 시리즈도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전제로 다시 생각하고, 함축되고 숨은 의미를 찾는 타입의 작품이라 때로는 말꼬투리를 잡는다고 생각될 때도 아주 없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작가 책을 소개할 때 조금 망설여지는 제일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약간 밉상인 것까지 캐릭터의 일부이기도 한 것 같아서 허허 귀엽네 하고 읽고 있다. 다음 권도 기대된다.
'호두나무 책장 >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마나 닮았는가』 감상 (0) | 2021.12.25 |
---|---|
『별뜨기에 관하여』 감상 (0) | 2021.12.12 |
『스노볼 드라이브』 감상 (0) | 2021.10.30 |
『지구 끝의 온실』 감상 (0) | 2021.10.27 |
『달까지 가자』 감상 (0) | 2021.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