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 책장/감상

『은하영웅전설』 감상

2022. 5. 7. 22:48

은하영웅전설

다나카 요시키 지음, 김완 옮김, 이타카, 2011년 10월

 

대략 7~8년 전에 한 번 정주행을 마친 작품을 의도치 않게 다시 읽게 되었다.

우주 SF를 읽고 싶어져서 처음에는 작년에 영화로도 본 『듄』을 폈더랬다. 실제로 1권을 꽤 읽었었는데, 약간 건조한 이야기에 피로감을 느꼈는지 어쨌는지 『은하영웅전설』의 양과 율리안의 티키타카가 그렇게 생각이 났더랬다. 그래서 『듄』을 잠깐 덮고 오랜만에 '은영전'을 펼쳤고, 정신을 차려 보니 밤을 새워가며 본편 10권을 다 읽어버렸더라는 것이 이번 감상을 쓰기에 이르기까지의 전말이다. (아, 『듄』은 언젠가 다시 읽을 것이다.)

재독이라고는 해도 오래 전이라 8권의 그 역사적인 사건을 빼고는 전후 기억이 흐릿하여 결말도 잘 떠오르지 않았는데, 어쨌든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본편에서 일단락되지만 그 뒤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마지막이었기에 결말 자체에 대한 기억이 자연스레 조금 흐려졌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이 결말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완전한 끝이란 (적어도 이 이야기는 종말을 다루는 이야기는 아니므로) 없고 사람은 계속 살아가며 국가도 그 모습을 계속 바꿔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런 결말이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사람들의 삶의 한 조각을 잘라내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점에서도 끊기 가장 적당한 지점이었으리라는 생각은 든다. 사람 엄청 죽었지만 이야기적으로는 나름 무난한 해피엔딩이 아닐지.

아무래도 요즘 시대의 이야기가 아닌지라 이야기가 지극히 남성 중심인 점은 있는데, 그 점은 감안하고 읽는 것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작중에서 권한을 가졌던 여성 리더들(프레데리카나 힐다)의 어떤 협상이나 담판 장면을 보고 싶었다.

여담이지만 작가가 심심하면 반투명하게 튀어나와서 '누구는 당시 어떻게 했어야 한다'는 식의 정치평론(?)을 본문에 막 쓰는 것이 재미있었다. 공교롭게도 처음 읽을 때와 현실 정치 상황도 비슷해서, 정치물을 무의식적으로 원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실 정치를 '은영전'에 비유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기초적인 논의는 어지간히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 소재의 우화'로서 생각할 만한 점들은 몇 가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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